녹색성장 담론에 대한 대안이 '진정한 녹색성장' 또는 '지속가능한 발전'일까.
내 기억에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된 프로젝트들과 지금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을 걸고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이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물론 녹색성장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칙을 제법 충실하게 담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내용과 절차로 진행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름에 걸맞다고 할 순 없지만 이 이름을 내걸었던 기존 프로젝트들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정도로 답하고 싶다.
말하고 싶은 건, 과거나 현재 모두, 지속가능한 발전이든 녹색성장이든, 대규모 투자, 대규모 기술, 획일적 내용, 중앙집중적 사업 계획 및 추진에 초점을 맞추어왔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때는 좀 다르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협력적, 참여적, 분산적 계획과 실행이라는 형식에 관심을 두기는 했다. 하지만 새만금, 천성산, 사패산, 한탄강, 부안 등에서 드러났듯이, 기존 계획 및 실행 체계를 바꾸기보단 보완 또는 홍보하는 수준에 그쳤다.
물론 지금처럼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힘을 뿌리뽑아버리려 하지는 않았다. 거꾸로 생각하면 MB정부는 참여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게다. 참여정부 때 개발사업에 사사건건 반대하던 자들이 어마어마한 손해를 끼쳤다고 강조하던 미디어와 기업들, 이에 동조하던 여론을 기억하고 있는게다. MB정부의 과잉대응이 비단 촛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MB가 청계천 사업과 서울시 교통체계 개선 사업을 성공적인 거버넌스로 꼽는다는 점을 기억해보자. MB는 전략적으로 반대 그룹들을 논의 과정에서 배제시켰다. 뚝심있게.
지금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을 내건, 실질적으론 '4대강 죽이기'가 될 게 뻔한 사업에 대한 찬반은 '개발 vs 보전' 구도로 전개되었지만, 어느새 '개발 vs 개발'이라는 구도가 끼어들고 있다. 기존 개발계획에 차질을 빚는 4대강 사업은 반대한다는 '개발 vs 개발' 구도는 4대강 사업의 발목을 잡는 듯 하면서도 MB 정부가 온 갖 묘수를 동원해 '개발 + 개발'을 진행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녹색성장에 대한 문제제기와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탈을 쓴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운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4대강 사업은 끝까지 진행될 수도 막힐 수도 있다. 만약 가로막힌다면 현재로선 '개발 vs 보전' 구도에서 보전이 승리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개발 vs 개발' 구도를 '개발 + 개발'로 바꿀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4대강 사업이 가로막히는 순간, MB 정부나 차기 정부는 전국적으로 폭발한 또 다른 개발 열풍을 등에 엎고 포크레인을 출격시킬 수 있다.
역시나 문제는 대안이다. 4대강 예산이 농지 전용을 통한 신도시 개발, GMO 투자, 재건축 및 재개발, 간척, 원자력 개발에 돌려질 때 '4대강에 들어갈 돈이면 ###를 **할 수 있다' 정도로는 어림 없다. 그 '###'를 납득시키고 초점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 '###'가 기존에 진행된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고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을까.
가령, 4대강 사업에 의해 4대강 하천부지에서 사라지는 농업활동이나 한강수계 양평의 유기농업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가. 4대강 사업에 들어갈 예산을 복지나 교육에 투자한다고 할 때, 4대강 사업이 맞닥뜨린 '개발 vs 개발'의 구도를 만드는 힘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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